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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리님 오셨어요?”

 



출근시간인 탓에 소란스러운 사무실에 원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팀원들과 아침인사 나누는걸 듣고있던 순영은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지만 고집스레 모니터만 노려봤다. 원우가 자리로 가는 듯, 순영의 시야 밖으로 움직이자 긴장으로 굳어있던 어깨가 절로 늘어진다.

 



 

[원우순영] 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7

w. 소라

 



 

원우는 8시에 만나 함께 출근하자 했지만 순영은 버스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모르는 척 편하게 갈 수도 있었지만, 전날 헤어지기 전 미묘했던 분위기가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원우와 같이 있으면 덩달아 분위기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런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도 원우에게 휩쓸리고 있다. 자신이 이토록 분위기에 약한 사람이었던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평소의 행적을 되짚어보지만 딱히 이렇다 할 답변을 찾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각이 불가능했다. 

 


“권대리.”

“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쉴새없이 이어지던 생각이 끊어졌다. 시선을 돌리니 명욱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한데, 재무팀에 작년도 실적파일 좀 가져다줄 수 있어? 내가 가려고 했는데 오늘 오전까지 보고해야하는 게 있어서.”

“네. 그럴게요.”


 

명욱에게서 파일을 건네받은 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벗어났다. 이제 막 출근시간을 넘긴지라 복도엔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남아있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파일을 품에 끌어안다시피 한 채 걸음을 옮겼다. 복도의 끝에서 코너를 돌기 위해 몸을 트는데 웅성이는 소음들 틈으로 조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듣기에도 퍽 급한일인 것 같아 비켜주려 벽쪽으로 몸을 붙이는 순간 팔이 잡혔다. 

 


갑작스러운 힘에 잠시 휘청이던 순영이 몸을 가눈다. 자신의 팔을 움켜쥐고 있는 손을 바라보던 시선이 팔을, 어깨를 타고 올라가다 눈이 마주친다. 원우였다. 

 


“아.”


 

순영이 작은 탄식을 내뱉는다. 원우가 자신을 뒤쫓아올 줄 몰랐다는 듯이. 아니, 사실은 따라오지 않을까 반 쯤 생각했지만 정말로 나올 줄은 몰랐다. 순영이 내뱉은 탄식을 어떻게 해석한건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원우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냥 잡는다는 게 마음이 급해서, 힘이 들어갔나봐요. 놀란 얼굴에 당황한 기색까지 서린다. 아니예요. 짧게 대답한 순영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순영은 원우가 자신에게 왜 다정하게 대해주는지 궁금해졌다. 단순하게 회사 동료를 향한 호의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데면데면하게 지내왔고, 가끔씩 원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이기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가끔씩 마주치는 시선이 꼭….


 

원우의 손이 떨어져 나간 팔을 가볍게 문지르다 고개를 드니 시선이 마주친다. 그래. 지금처럼 눈을 마주 할 때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본다. 다정함과 애정이 섞인. 

 


그래서 순영은 헷갈린다. 아직 편하게 대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 가까워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알아왔던 긴 시간보다 서로를 알아가는 그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애정이 담긴 눈빛을 보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성사이의 일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순영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사회에서 동성이 서로간에 호감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아직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동성애자라서, 호기심에 그러는걸까? 그러고보니 클럽에서 원우를 우연히 마주친 이후로 말을 트기 시작했고, 같이 밥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이 모든 일은 그 때 원우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끝을 모르고 파고드는 생각에 순영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원우가 얕은 한숨을 내쉰다.

 


“아침에 급한 일 있었어요?”

“아뇨.”

“만나기로 한 장소에 없길래 걱정했어요. 무슨 일 있나 하고.”

“….”

“같이 출퇴근하자고 한 거 잊은거예요?”

“…아뇨. 그냥, 아침에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냥 나왔어요.” 

 


자신의 말이 변명이라는 걸 원우도 알아차렸을거다. 그만큼 어설펐다. 

 


“더 할 말 있어요? 저 지금 서류 가져다주러 가야해서요.”

“….”

“그럼 전 가볼게요.”

 


여전히 품에 있는 얇은 서류파일을 핑계로 순영은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권대리님. 순영의 발걸음 사이로 원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처럼 팔을 붙잡은 것도 아닌데도 순영의 걸음이 멈췄다. 

 


“오늘 같이 퇴근해요. 데려다 줄게요.”

 

 



**

 



 

서류를 재무팀에 넘겨주고 사무실로 돌아와 쌓여있는 업무를 처리했다. 일을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가끔 집중력이 흩어질 때 마다 원우와 관련된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순영은 애써 무시했다. 

 


톡톡, 손톱 끝으로 파티션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명욱이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다. 공지 확인 했어? 뜬금없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순영이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젓는다. 아마 사내 인트라넷에 업무관련 공지라도 뜬 모양이었다. 명욱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작게 속삭인다. 

 


“오늘 영업팀 전체회식 한다고 공지떴어. 

“전체회식이면 영업1팀, 2팀 다요?”

“아마 그렇겠지. 아. 내일이 쉬는날도 아니고. 왜 어중간하게 오늘 회식하는거야.”

 


작게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순영은 애매하게 웃었다. 전체회식이면 어쩔 수 없이 원우와 마주쳐야했다. 자신이야 영업 2팀이고, 원우는 영업 1팀이니 같은 테이블에 앉지는 않겠지만 편하지만도 않을 것 같았다. 

 


아까 같이 퇴근하자는 말에 대답을 안했더니 다정한 어투로 몇 번이나 되물으며 순영의 대답을 요구했다. 대답이야 애매하게 말을 흘리긴 했지만 순영은 같이 퇴근할 마음이 없었다. 아침처럼 적당히 핑계를 대고 버스로 퇴근 할 참이었다. 그런데 빼도박도 못하게 회식이라니. 순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와이프한테 저녁 같이먹자고 말해놨는데. 회식잡혔다고 어떻게 말해.”

 


분명히 화낼거라며, 어떻게 풀어주냐는 등의 우는 소리를 하던 명욱에게 순영이 슬며시 물었다. 같이 빠질까요?

 


“아서라. 평사원이면 몰라도 나나 권대리가 빠지면 금방 알아챌걸.”

“그것도 그렇네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시작된 명욱의 신세한탄 비슷한 말에 적당히 대꾸를 해줬다. 최대한 구석에 앉아야겠다 다짐하며.




-

이쯤되면 월간원홋 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사실 이번엔 월간수준도 아니네여ㅠ

두달만에 왔는데.. 분량 넘 똥이라 제송합니다..ㅠ..

앞으로 열심히 쓸게요ㅠㅠ 정말루,, 다음편도 빠른시일내로 올릴게요..(면목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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