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원순/원홋] 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10

soraaaa 2017. 3. 23. 17:42




[원우순영] 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10

w. 소라




한동안 기승을 부렸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했던 거리의 가로수들이 조금씩 색을 달리하고 있었다. 한낮은 아직 덥지만 해가 떨어지고나면 쌀쌀해지곤 했다. 내내 얇은 여름용 셔츠를 입던 순영은 간절기용 셔츠를 꺼내입었다.  



조금 열려있는 차창을 통해 출근길의 소음이 고스란히 흘러들어온다. 자동차 배기음과 클락션소리가 뒤섞여 소음을 만들어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쓰이는 쪽은 다른 곳이었다. 순영은 옆자리에 앉은 원우를 훔쳐보듯이 힐끔거린다. 핸들을 쥐고 있는 곧은 손, 수트 소매사이로 드러나는 와이셔츠의 커프스, 정면을 바라보고있는 옆모습 같은. 처음 보는 모습이 아님에도 원우의 모든게 새롭게 와닿았다. 아마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어제의 고백 때문일거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순영은 목을 움츠렸다. 그덕에 조금씩 날씨가 바뀌고있다는 게 실감났다. 분명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바람이 이렇게 차갑진 않았던 것 같은데. 창문을 닫으려 손을 뻗기도 전에 벌려져 있던 틈이 닫힌다. 




“오늘 바람이 좀 차네요.”

“그러게요.”

“찬공기 많이 쐬면 감기걸려요.”




요즘 환절기라 더 조심해야해요. 뒤따르는 원우의 말에 순영이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생각해보니 자신은 환절기를 지날 때 마다 감기에 걸리곤 했다. 매번 조심해야지 싶으면서도, 비교적 외근이 잦은 부서 특성상 밖에 나갈 일이 많기 때문에 쉽지않았다. 덕분에 순영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는 항상 감기약이 구비되어있다. 



러시아워 때문에 정체되어있던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볼륨을 낮춰놓은 오디오에서는 사연을 읽는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순영은 그 목소리를 흘리듯 들으며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까닥였다. 예전엔 둘이 있는게 어색하기만 했는데 근래에는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원우의 표정, 귓바퀴를 따라 훑어내리던 손, 볼을 스치듯 지나가던 입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크흠. 밀려드는 민망함에 괜한 헛기침을 하며 닫혀있던 창문을 열었다. 다시금 열리는 창문에 원우가 의아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봤지만 순영은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스킨쉽을 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마음을 전하기 전에도, 원우는 몇 번씩 순영에게 손을 뻗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젯 밤 원우와 나눈 마음 때문인 듯 했다. 그 덕에 새삼스럽게 원우가 잘생겨보였고,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원래 고백 한 다음날은 이런 기분이 들었던가. 순영은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봤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당장 몇 달 전의 일이 아니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제는 그런 것 조차 기억 못 할 정도로 감정이 흐려진 것일 수도 있다. 감정이 흐려진다는 것은 곧 상대에 대한 애정이 식는 것을 의미한다. 




언젠가는, 원우도….




조금 열린 창문 틈사이로 바람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들었다. 묘하게 가라앉은 눈을 한 순영이 스치는 풍경을 시야에 담는다. 이제 시작하는 주제에 벌써부터 끝을 생각하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다. 순영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생각이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내리쬐던 햇빛이 차단되고,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싶더니 곧이어 차가 멈춰선다. 안전벨트를 푸르기 위해 움직이는 순영의 손에 익숙한 온기가 닿는다. 원우의 손이 자신의 손등에 얹어져 있었다. 가만히 순영의 손을 감싸듯 쥐고 있던 원우는 그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보이게 했다. 버겁지 않은 크기의 손을 엄지부터 약지까지, 차례대로 얽는다. 순영을 바라보는 원우의 눈이 따듯하게 빛난다. 순영 또한 올곧게 원우의 눈을 바라본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네.”

“같이 못 있으니까요.”



순영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우는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늘어놓았다. 말을 꺼내기 전, 긴장을 삼키려는 듯 원우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원우의 엄지가 얽혀있는 자신의 손등을 살살 문지른다. 순영은 손 안에 들어찬 온기를 꼬옥, 맞잡는다. 다분히 아쉽다는 뉘앙스의 말투에 순영이 살풋이 미소짓는다. 



“뭐, 정 아쉬우면.”

“….“

“점심이라도 같이 먹던가요.”



예쁘게 웃는 얼굴과는 달리 뻗대듯 내뱉는 말에 원우가 웃는다. 아, 어쩌지. 원우는 불쑥 튀어나오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 키스하면 안되겠지. 



“그래요.”



대신 원우는 맞잡고 있는 순영의 손을 든다. 얽혀있던 손가락이 풀어지고, 원우는 조심스레 길쭉한 손가락을 잡는다. 자신의 코앞까지 끌려온, 잘 정돈되어있는 손끝에 입술을 내리누른다. 



“점심 같이 먹어요.”



시선만 움직여 바라본 순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귀여워. 원우는 말을 내뱉는 대신 여전히 맞닿아 있는 손 끝에 쪽, 쪽 잘게 뽀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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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만에 왔는데 짧아서 죄송해요..ㅠ 마음은 이미 어놋 연애부터 떡(???)까지 가있는데

머리랑 손이 따라주질 않네여ㅠㅠ


항상 남겨주시는 댓글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있습니다. 8ㅅ8

글쓰는데 큰 힘이 돼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부터 남긴다는 걸 잊었는데

글은 되도록 매 주 금요일에 올리려고 합니다,, 

현생이 방해하면 건너 뛸 수도 있지만 노력해볼게요..